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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네치아'에서 1주일
    여행기 & 여행 사진 2010. 2. 4. 16:01

    ***** 베네치아 에서 1주일 *****

    아마 1994년 이었을 겁니다.

    중앙투자금융(당시 이름)에서 다시 팩토링 업무를 맡을 때 였습니다.

    FCI 총회가 이태리의 베니스(그들은 '베네치아'라고 불렀죠)에서

    열린다고 통보가 왔습니다. 사장님이 안 가실 리가 없고 가방들

    사람이 누가되는가 하는 문제만 남아 있었죠. 전 은근히 담당팀장이

    가야 한다고 자가발전을 좀 했습니다. 또 전에 한번 참석한 경험이

    있고 또 해외여행에서 말이 좀 되지 않습니까? 우여곡절 끝에

    제가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제일, 삼희 에서 사장님과 수행원이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 회사들의 수행원은 이미 알던 사람들이라

    좋은 여행이 될 것 같았습니다. 단지, 우리 사장님이 화려한

    '에피 소드'를 많이 갖고 계신 분이라 이번엔 또 무슨 해괴한

    일이 벌어질까? 하는 궁금함만 제외하고 말입니다.

    코스 정하기도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세 분이 같이 행동을

    하시 겠다고 미리 천명한 지라 세 분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일정을

    짜기란 쉽지가 않았다는 거죠. 또 세 분이 모두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 들이라 '내가 좀 양보하지......' 이런 게 통하지가 않았

    습니다. 수행원 셋이서 거의 매일 바뀌는 주문을 갖고 만났습니다.

    드디어 1주일 여 변경 끝에 확정된 일정이 서울--취리히(스위스)-

    베네치아 - (런던 거쳐)-서울로 최종 확정 되었습니다.

    1994년 6월,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했던 시기인데 '북한 핵'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위기가 고조되던 시기 였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한국사람 '안전

    불감증' 덕분에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 하면서 6월 10일

    스위스 취리히 행 대한항공에 올랐습니다. 또 그때는 월드컵이

    시작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로마 행 대한항공이 취리히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비행 편을 탔죠. 13시간 인가요? 북극항로를

    거친 비행기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취리히 공항에

    도착 했습니다.

    마중 나온 여행사의 박 사장 이란 분이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호텔에 들기 전 저녁을 먹기 위해 중국집에 들렀습니다.

    거기서 포도주를 곁들인 중국음식을 맛있게 먹고 호텔에

    도착하니 9시가 조금 지났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호텔에 도착해서야 안 사실이지만 이게 웬일

    입니까? 호텔 사우나가 남녀 공용 인데 9시 30분에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억울한 일이 있습니까?

    억울한 마음을 달래며 호텔방으로 들어가니 더 황당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탁자 위에 A4 용지가 하나 있고 거기에

    무슨 글을 잔뜩 인쇄해 놓았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중국어, 일어,

    그리고 한글과 영어로 인쇄가 되어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내용은

    이랬습니다. "속옷이나 수건을 빨아서 스텐드 갓 위에 걸쳐놓고

    말리는 분이 있는데 스텐드 갓에 얼룩이 지면 벌금을 내게

    되어있으니 스텐드 갓에 널지 마시기 바랍니다." 얼마나 많은

    동북아시아 인들이 거쳐가면서 얼룩이 지게 했으면......

    할 말을 잊었습니다. 그러면서 잠을 청했습니다.

    시차 적응을 위해 하루 일찍 왔기에 하루는 취리히 관광입니다.

    '필라투스'라는 산을 오르기로 했습니다. 새벽에 잠시 비가 왔지만

    하늘은 청명하게 개었습니다.

    차로 한 시간 정도 이동하여 등산열차가 시작되는 역으로 갔습니다.

    가는 길의 경치는 그야말로 이발소 사진을 떼어놓은 것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산악경치를 꼽으라면 누구나 '스위스'를 꼽고

    고등학교 지리 시간에도 관광산업이 발달한 나라로 스위스를

    선두에 두지 않습니까? 그게 이유가 있더라고요. 저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관리도 잘 해 놓았는데 누가 그 경치에 감탄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입을 벌리고 경치에 취해있는 사이에 어느새

    차는 필라투스에 오르는 등산열차 역에 도착하였습니다.


    그 역에 있는 필라투스 관광 안내서를 받고 또 한번 놀랐습니다.

    한글로 된 안내서가 있었단 말입니다.

    많이 가서 그랬는지 국력이 커져 그랬는지 아니면 현지의

    관광업에 종사하시는 동포들의 덕분인지 문장도 매끄럽게 잘 쓰여

    있었습니다. 한 40도쯤 기울어진 기차(등산열차)를 탔습니다.

    기관사가 있는 앞자리와 뒷자리의 고도(?)차는 한 3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습니다. 의자도 계단식으로 되어 있고 아마 밖에서

    기차의 옆쪽을 보면 사다리꼴 기차가 비탈에 붙어있는 것 같았을

    겁니다. 그 기차가 처음에는 잘도 오릅디다. 그런데 한 7-8분

    갔나요? 날씨가 급변하여 번개가 치자 전차 앞뒤에서도 번쩍

    번쩍하는 불꽃이 일어 났습니다. 처음엔 그게 옛날 한국의

    전차처럼 가다 보면 으레 있는 일로(왜 전차 지나갈 때 보면 전선과

    전차를 이어주는 접속부분에선 자주 번쩍번쩍 하지 않습니까?)

    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동방의 양반이 호들갑을 떨 수야

    있습니까? 그런데 전차가 갑자기 '덜컥'하고 서 버리는 겁니다.

    그제서야 기관사를 보니 얼굴이 허옇게 질려 있었습니다.

    이게 그냥 있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하고

    언젠가 영화에서 본 장면(언덕을 오르던 차가 고장 나서 뒤로

    미끌어져가는 차 속에서 배우들이 몸부림치는 장면)이 다시 스쳐

    지나 갔습니다. 다행히 기차가 거꾸로 가지는 않고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만 언제 다시 움직일지 알 수가 있어야지요? 기관사는

    무선전화기를 들고 독일 말(스위스의 취리히 지역은 독일어를

    씁디다.)로 떠들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러기를 한 10분쯤 하더니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 했습니다. 가이더를 자처했던 여행사의

    박 사장도 그제야 여유를 찾았는지 기관사에게 다가가서 농담도

    주고 받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 기관사도 그런

    일을 처음 당했다고 하니 10분만에 전기가 들어와서 운행이 됐기

    망정이지 전기가 늦게 들어왔다면 하루 종일 산중턱 기차 속에서

    보낼 뻔 했습니다.) 그리고 잔설이 남아있는 필라투스 정상에서

    내렸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세가지가 있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오던 길을 되돌아가는 방법, 케이블카를 타고 반대쪽 기슭으로

    내려가는 방법, 마지막으로 걸어가는 방법 입니다. 우리야 타고

    왔던 차가 아래에 있으니 기차를 타고 다시 내려 가는 게 당연한

    것이지만 만약에 케이블.카를 타게 되어 있었어도 다시 기차를

    타자고 했을 겁니다. 그래도 땅에 붙어있는 기차 속에서 만약의

    사고 때 기다리는 게 낫지 공중 케이블카 속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기다리면 수명이 얼마나 줄겠습니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스위스지만 6월에 보는 눈은 정말 장관 이었습니다. 그것도

    순식간에 한 5 cm 쯤 쌓여버리는 폭설이 왔습니다. 그때 가이더

    하시던 분이 "이렇게 필라투스 꼭대기에 있을 때 눈이오면 꼭

    한번 맛 봐야 하는 술이 있습니다." 하면서 우리 일행을 산

    꼭대기에 있는 카페로 데리고 갔습니다. 스위스 필라투스(그것도

    흰 눈에 덮인)산정의 카페...... 얼마나 폼 났겠습니까? 그림 속에서

    놀았던 것입니다. 그 술은 무색의(소주처럼) 술이었는데 기억을

    못하지만 무슨 열매로 담근 것인데 위스키만큼 독했습니다. 그

    술보다 그 술을 담은 술잔을 나르던 '스위스 아가씨'모습에 흠뻑

    취해 버렸습니다. 정말 이뻣습니다.

     

    오던 길을 되 집어 아래로 내려 왔습니다. (물론 기차를 타구요.)

    그리고 되돌아 오다 '루째른' 이라는 곳에 도착 했습니다.

    호숫가에 위치한 이 마을은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그림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도시 였습니다. '이런 곳에 살아도

    나쁜 마음이 생길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자상'(큰 바위에

    슬픈 표정의 사자(죽어가는 모습이라는 설도 있음)를 부조해

    놓은 것임.)도 보고 한국인이 있는(주인인지 종업원인지 불분명

    ) 가게에서 '스위스. 칼’(?)도 샀습니다. (빨간색 일명 '맥가이버

    '이라는 것 말입니다.) 그러고 점심을 어떤 호텔에 부속된

    양식당에 갔는데 메뉴는 '카레라이스'. 제가 봐도 좀 허술하기는

    했습니다. 이때부터 우리 사장님 세분의 황당 시리즈가 시작

    되었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밴을 타고 호텔로 오는데 뒷자리에 계시던

    젊잖은 분들이 궁 시렁 거리기 시작 했습니다. 점심 메뉴가 그게

    뭐냐는 겁니다. “취리히까지 와서 카레라이스 먹어야 하겠어?"

    하기야 맞는 말입니다. 여행 안내서에는 스위스에서는 "퐁듀"

    (아직 이게 어떤 음식인지는 정확히 모릅니다.)를 꼭 먹어보라.

    라고 추천하고 있지만 ‘카레라이스’로 끼니를 때웠으니 오죽

    하겠습니까?

    우리 쫄짜(가방 운반 책)들은 못 들은 척 하고 가는데 그 소리가

    조금 더 커지기 시작 했습니다. 이미 뱃속에 들어가 창자까지

    갔을 텐데 어쩌라고요? 그걸 도로 끄집어 내고 다른 걸로 채워야

    하나요? 기사 겸 가이더를 하던 박 사장이 거북 했는지 "제가

    호텔에 가는 길에 저희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경치가 좀 있습니다."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제야

    그 분들 목소리가 좀 잦아 들더라고요. 그 집 정말 좋았습니다.

    마당이 넓지는 않았지만 아담하게 짜여 있고 무엇보다

    뒤뜰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그만 이었습니다. 언덕이라 그런지

    동네가 한 눈에 다 들어옵디다. 스위스에서 성공 케이스라고

    봐야겠죠.

     

    그리고 호텔로 돌아가기 전에 한식집으로 갔습니다. 메뉴 판을

    보고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돌리고는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김치찌개 1인분에 거의 30,000원 수준 이었습니다.

    그 비싼 김치찌개에 15,000원(1병)가까이하는 진로 소주까지

    한 병을 안기니 사장님 세분 "끽"소리도 없었습니다. 그러고

    밤이 깊어갔습니다. 사우나는 그날도 못하고...... 결국 취리히의

    남녀혼탕 사우나는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아침에 취리히 공항으로 가서 '베니스'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정원이 한 100명 정도 되는 중간 급 비행기 였는데 놀랍게도

    '프로펠러'비행기 였습니다. 프로펠러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저야 흥미진진하여 긴장도 되고 또 호기심도 생겨 좋은데 사장님

    세분은 얼굴이 허옇게 변하더라고요. (그 이유는 비행기가 알프스

    산맥을 넘을 때에야 알았습니다.) 그 '덩치 큰 프로펠러 비행기가

    과연 뜰까?'하는 의문이 앞섰지만 뜨니까 사람을 태우겠지......

    하니 좀 안심이 되더라고요.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는데...... 이 건 기체가 요동을 치더라고요.

    프로펠러 비행기도 엔진만 '제트엔진' 대신 '프로펠러'엔진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모든 게 구식 이더라고요. 기체자체도

    제트기만큼 튼튼하지 못한 것 같고(느낌인지 몰라도)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릴 때 요동치는 기체를 보노라니 "이 놈의

    비행기는 함석으로 만들었나? 왜 이리 요란하게 흔들리지?"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뜨긴 떴습니다. 그런데 역시

    프로펠러 비행기는 높이 날지도, 빠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니

    알프스산맥을 넘어가는데 눈 덮인 알프스 산맥이 바로 발 아래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만 자세히 보면 눈 사이로 삐 지고 나온

    나무의 종류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너무 가까워서)

    또 기류라도 만나면 비행기는 산 중턱에 곤두박질 치려는지 푹,

    푹 가라앉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제 얼굴이 허옇게 변했나

    봅니다. 옆 자리에 있던 김 정현 대리(제일 종금)가 "박 선배님,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으세요?"하고 묻길래 "겁 나서

    그래."라고 사실대로 얘기 할 수가 없더라고요. "응, 괜찮아."

    하고 얼버무렸습니다만......

     

    하늘에서 바라본 알프스 산맥은 절경 그 자체 였습니다. 미국의

    '디즈니랜드'에 있는 산과 아주 흡사한 산을 발견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산이 바로 알프스산맥에 있는 '마태호른'산을

    본떠서 만든 것이라고 합디다. 그 산을 아슬아슬 넘어서

    비행기는 베니스로 베네치아로 프로펠러를 돌리며 날아

    갔습니다. 하늘에서 바라본 베니스는 솔직히 별로 였습니다.

    "저, 베니스가 세계의 3대 미항(美港) 중의 한 곳이라면 '부산'은

    세계최고의 미항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 빠진 갯벌

    바닥이 보이고 시가지는 보이지도 않더라고요.

    텅텅거리며 비행기는 베네치아 공항에(공항 이름은 까

    먹었습니다.) 착륙 했습니다. 놀랍게도 입국 신고를 하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그곳이 바로 물위인 것 같았습니다. 제 기억이

    맞는다면 바다 위에 말뚝을 박고 그 위에 공항건물을 지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물론 활주로는 땅 위 였겠죠.

     

    베니스로 가는 버스 와 택시 승강장엔 다른 공항에서 보듯이

    차가 보이지 않고 크고 작은 배들만 잔뜩 보였습니다. (차로 가는

    길이 분명히 어디엔가 있었을 텐데 못 찾았고 우리가 묵을 호텔은

    '리도'섬에 있는 '엑셀시오'호텔이므로 차를 찾을 필요가 없어

    굳이 찾지를 않았습니다. 더구나 초행 길이고 FCI의 안내서는

    water taxi 를 타라고 되어 있었음) 큰 배는 water bus, 작은 배는

    water taxi 라고 부르더군요. 베니스(베네치아)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곤돌라'는 코빼기도 안 보이더라고요. 택시 운전수인지

    선장인지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나 우리 일행을 호텔까지 데려다

    줄 배 주인과 흥정이 시작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도 한국

    못지않게 에누리가 심하고 또 '깎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라는

    요상한 말은 꼭 기억하는 터라 깎기 시작 했습니다. (또한 안내서

    보다 한배 반이나 더 달라는 운전수(선장)가 미워서 이기도 했죠.

    그 택시기사도 만만치 않습디다. '니들이 베네치아 도심도 아니고

    리도 섬으로 가는데 택시 안타고 베길 거냐?' 하는 투로 잘 안 깎아

    주데요. 우리도 사장님들은 '저쪽에 계시라'하고 젊은 청춘들은

    '비싸면 water bus 를 타고 베니스 도심을 거쳐서 배를 갈아

    타더라도 그 값에는 못 가고 또 한 30분 있으면 호텔과 연계된

    합승(1인당 요금 받는 water taxi)이 오니 그거라도 타겠다.'라는

    투로 버텼죠. 결국 안내서에 적힌 요금으로 내려갔고 우리 일행은

    보트 아닌 water taxi 를 타고 리도 섬으로 달렸습니다.

    물살을 가르며 쏜살같이 달리는데 물위로 전신주 같은 기둥들이

    가지런히 고개를 내밀고 있고 그 위쪽엔 전등도 달려 있었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게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표시해둔

    바닷길 이었습니다. 밤에 보면 그것도 장관 입니다.

     

    리도 섬, 엑셀시오 호텔......

    최근에야 알았지만 이 호텔은 유명한 호텔이었고 리도 섬 자체도

    베니스의 휴양지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었습니다. 뭐로

    유명하냐고요? 바로 '베니스 영화제' 입니다. 해마다 열리는

    베니스 영화제가 바로 그 '리도' 섬이 중심이 되어 개최되며 공식

    행사가 열리는 장소가 바로 '엑셀시오'호텔이거든요. 그러니 제가

    1주일 묵었던 그 방의 침대에서 우리의'최 민식'씨가 누웠을 수도

    있고 또 '문 소리'씨가 묵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전혀 불가능한

    얘기가 아닌 것이 제가 묵었던 방도 상당한 방이었으니까요.

    1994년 시세로 1박에(단체로 할인했음에도) $280 인가 했습니다.

    호텔은 베니스 쪽이 아니라 '아드리아'해(海)를 바라보며 발코니가

    나 있었고 바닷가를 따라 줄지어선 호텔들마다 경계선을 돌로

    표시하여 각 호텔 손님들은 그 호텔 앞에서만 수영을 할 수 있게

    했고 베니스에서 하루 놀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입장료를 받습디다.

    정말 호텔 수영장에 입장료 얘기는 들어도 호텔 앞바다에서 수영도

    돈 내고 하는 곳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바다가 얼마나 황홀한가 하면요 설령 투숙객인 제게 돈을 내라고

    해도 선뜻 주고 수영을 했을 겁니다. 그만큼 '수영하고 싶은 바다'

    였습니다. 어쩝니까?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에 뛰어 들었죠.

    초 여름의 아드리아 해(海)는 차가웠지만 금방 튀어나올 만큼

    춥지는 않았습니다. 잘은 못하지만 수영실력 한번 뽐냈습니다.

    유럽의 지중해와 붙어있는 아드리아해의 맑은 물에 몸을 담그고

    수영을 해 보았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닙니까? 그때 찍은 사진이

    저의 사진첩 어딘가에 끼워져 있을 겁니다.

     

    대부분의 국제회의가 그렇듯이 1주일 이라면 한 3일 회의를 하고

    나머지 2일은 관광 또는 그 지방의 문화탐방을 하고 그리고

    1-2일은 참가자들끼리 오랜만에 만난 회포도 풀고...... 그렇게 진행

    되는 게 관례더라고요. 또한 대부분의 의제는 미리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좀 민감한 사항은 이해 당사자들끼리 서로 연락하여

    의견을 모으거나 아니면 회의장소에 도착하여 표결 전에 의견을

    모아 회의에 임하기 때문에 시간은 많이 끌지 않고 아주 민감한

    사항일 경우에만 토론을 하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각 회사의

    담당자들이 5-10년을 같은 일만하니 매년 회의 때마다 같은

    사람이 참석하게 되지요. 한국처럼 사장님들이 참석하거나 임원

    급이 참석하면 매번 얼굴이 바뀌지만 다른 나라는 같은 사람이

    매번 참석 하더라고요. 실제로 만 9년 만에 참석한 저도 9년 전보다

    다소 늙은 동일인을 여럿 만났습니다. 특히 뮨헨에서 얘기를 꽤

    했던 독일회사의 대표를 베니스에서 다시 만났으니까요.

    그 사람도 절 알아보고......

     

    이번 베니스 회의도 첫 2일은 베니스 관광과 '무라노', '부라노'

    섬 방문 그리고 3일간 회의 이렇게 일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첫날 베니스 관광 이었습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거리가 멀어

    돈을 내고 WATER TAXI를 탔지만 리도 섬의 호텔에서 베니스

    다운타운(?) 까지는 무료 셔틀보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행이

    많으니 전세 관광버스처럼 전세 water bus 가 호텔과 연결된

    부두에 정박하고 있더군요. 그걸 타고(물론 water taxi 만큼

    빠르지는 않았습니다.) '산. 마르코’광장으로 갔습니다.

     

    베니스 사진에서 빠지지 않는 산 마르코광장과 그 맞은편의 탑이

     

    눈앞에 있었습니다. 옛 총독의 관저라는데 어쩌면 우리나라의

     

    중앙청'처럼 총독이 일도 보던 곳 같았습니다. 감옥도 연결되어

     

    있고요. 수백 년 전에 그런 건물을 지을 수 있었던 건축술에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건물이 멋있었습니다. 재판정,


    집무실 등을 거쳐 감옥으로 넘어가는 다라('한숨의 다리'라고도


    한다더군 요. 재판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으로 갈 때 유일


    하게 바깥세상을 볼 수 있는 곳이 그 다리 난간에서 였답니다.

     
    좁은 골목과 운하길 위에 설치된 다리를 지날 때 사형수는 깊은

     
    한숨을 내 쉰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나요?) 우리 일행을


    안내해 준 가이더는 한 60 되어 보이는 노인 이었는데 정말 설명을

     
    잘 해 주었습니다. 옷 차림이 좀 꽤재재해서 그렇지만 옷만 좀 더


    깔끔하게 입었더라면 정말 폼 나는 가이더 였을 겁니다. 한 2시간

     
    구경을 하고 다시 광장으로 나오니 그 넓은 산. 마르코 광장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 했습니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카페가


    광장에 식탁과 의자 그리고 비치파라솔 같은 커다란 양산을

     
    설치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좀 큰 가게에서는 야외무대에서 공연 팀들이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니 관광객들은 그야말로 홀린 듯이 파라솔 아래에 앉아

     
    술과(주로 맥주나 포도주) 음식을 시켜놓고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날 따라 맑은 태양과 푸른 바다 그리고 옆에 있는 친구......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까? 총독청사 맞은편 교회(? 확실치


    않습니다만)의 탑 꼭대기에 오르는 것은 포기하고 호텔에서 있는


    점심초대(이태리 회원 사 제공)에 늦지 않기 위해 셔틀 보트에


    올랐습니다. 아드리아해를 가로지르며 달리는 뱃전에 있노라니


    '산타루치아' 노래가 저절로 떠 올랐습니다.



    점심 먹고 한 두 시간 뒹굴고 그리고 다시 나갔습니다. 베니스로

     

    이번엔 미술관 관람과 저녁 자유시간...... 배는 밤 11시 까지 운항


    한다고 하니 여유는 짱짱 했죠. 어슬렁 거리며 박물관 구경을


    하고 쇼핑에 들어 갔습니다. 사장님들이 먼저 "우리들은 천천히

     

    구경할 테니 젊은 사람들은 따로 다니지?" 하길래 이게 웬 반가운

    말씀인가? 하면서 3대 4로 헤어졌죠. 산 마르코 광장을

    중심으로 미로 같은 베니스 가게들을 구경하는데 정말 재미 있었

    습니다. 명품에서부터 싸구려까지 없는 게 없더군요. 바닷가로

    가면 좌판도 있고 점쟁이도 있고 그리고 거리의 화가도 곤돌라와

    . 마르코 광장을 그린 그림을 팔고 있더라고요. 즉석에서 얼굴을

    그려주기도했구요. 그림 한 장 샀습니다. 아내에게 줄 목걸이도

    하나 샀죠. 넥타이도 한 두 개 샀나요? 다들 고만 고만 하게 샀는데

    한 친구는 선물해야 한다고 꽤 비싼 유리제품을 사더군요.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식당을 찾는데 또 사장님 일행을 만났

    습니다. (그 전에도 골목골목 지나다 만났죠. 그러면 인사하고

    스치곤 했죠.)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사장님들 중

    누군가가 저녁을 사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통 가재(랍스타)가

    얹혀나 오는 대(大)자 스파게티에 포도주 두병을 시켰죠.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입맛에도 맡았구요. 다 먹고서 눈치보고

    있는데 한 분이 "계산하고 나와라. 우리 먼저 간다."하시고는

    자리를 뜨시더라고요.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말을 한 분은 경비를

    직원에게 모두 주고 계산하게 하고 남는 게 있으면 끝난 후 정산

    하기로 했다는군요.) 우린 놀래가지고 눈만 멀뚱멀뚱하다가 일단

    계산을 하고 3등분해서 나누어 부담했죠.

    저녁 잘 먹고 호텔로 돌아오는 뱃전에서 이번엔 젊은이들이 궁 시렁

    거렸습니다.

    다음날은 유리의 고장 '무라노'섬 과 레이스수예의 고장

    '부라노'섬을 관광했습니다. 역시 전세 배로 말입니다. 입으로

    불어서 유리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그야말로 예술이었고 그

    제품들이 전시된 곳에서 가격표를 보고 또한 번 놀랐습니다.

    가격, 비싸데요...... 오래된 교회 옆의 야외 식당에서 먹은

    점심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베니스의 6월 태양아래서 먹은

    연어요리......

    배는 다시 '부라노'로 가서 아직도 옛날 옷을 입고 천에다 갖가지

    모양을 한 땀 한 땀 떠서 만드는 식탁보, 손 수건 등도 멋 있었

    습니다만 가게에 전시된 가격은 '극 과 극'이었습니다.

    이태리 제는 엄청 비싸고 싼 것은 made in China 였습니다.

    그리고 저녁은 FCI 에서 제공하는 공식 만찬으로 꽤 유명한

    베니스의 고성(옛날 귀족의 저택쯤 되는 것 같았습니다.)에서

    먹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배를 타고 운하를 따라가다 그 집

    앞에서 배를 내려 바로 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그날 밤 서울로 전화를 했습니다.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처음엔 월드컵에서 우리가 독일과 3대3인가로 비겨

     

    좋아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백화점, 슈퍼에서

     

    사람들이 라면과 부탄가스를 사재기하고 난리가 났다고 합디다.

     

    그러면서 "수원에(처가) 가 있을까?"하고 묻더라고요. "무슨


    일인데?" 하고 반문하니 "전쟁 난다."는 소문이 났다고 합디다.

     

    "전쟁? (지금 생각하니 그때가 북핵 때문에 긴장이 고조될 때 였고


    진짜 북폭하려고 했다더군요.) 괜찮을 테니 그냥 있고 정 불안하면

    수원에 가 있으라."고 했죠. 그 때 다행히 '카터'덕에 전쟁은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무식한 놈이 배짱이 좋다고......' 입니다.

     


    그리고 3일간의 회의......회의......회의


    그 중간에 리도 섬 안에 있는 카지노에 가서 우리 돈으로 한


    2만원을 잃었습니다. 또 한 분(세 분외 혼자 오신 사장님)이

     
    점심을 한번 사 주었습니다. 그러니 "계산하고 나와라."와


    얼마나 대조가 되겠습니까?

     

    회의도 마치고 이젠 귀국만 남았습니다. 베니스에서 런던을

    거쳐 서울로 일정이 잡혀 있었습니다.

    그 중간 중간 별 희안한 일화가 많지만 이건 꼭 기록해야 하겠

    습니다. 베니스 공항에서 출국신고를 하고 보딩을 기다릴 때


    였습니다. 면세점에 들어갔죠. 근데 거기서 사장님 한 분이


    비싸게 주고 산 가방과 거의 같은 가방이 아주 싼 가격표를

    붙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분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어, 왜 이렇게 싸지? 같은 건데......"

    "아냐, 그건 인조가죽일거야."(가방 비싸게 주고 산분 왈)

    "어, 그래도 거의 같은데...... 하나 살까? 면세점인데 가죽이겠지."

    "면세점에도 인조가죽이 있다니까."(이미 사신 분)

    "최 대리, 저 점원에게 진짜 가죽인지 한번 물어봐."

    우리 최대리 줄래 줄래가서 진짜 가죽이냐고 두 번을 물어 확인(?)

    하고는 돌아와 "진짜 가죽이 맞는답니다." 라고 했죠.

    그리고는 다른 분이 하날 샀습니다. 비행기 시간이 여유가

    있은 게 탈이었는지...... 가방을 사지도 않은 분이 한마디 합니다.

    "내가봐도 그렇게 차이(반 이하 였거든요?)가 날 수가 없어

    그거 인조가죽일거야." 이러니 싸게 가방을 사고도 불안한지

    처음엔 "인조가죽이면 어때? 그러려니 하지......"하고 넘어가던

    분이 얼굴이 점점 변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럴수록 두 양반은

    약을 더 올리고...... "싼 게 비지떡 이라니까?" 그런데 묘한 건

    싸게 산 분도 얼굴만 일그러지지 바꿀 생각은 않더라고요. 저

    같으면 그리 불안하면 도로 환불 받으면 될 것을 화만내더라구요.

    그러더니 "최 대리, 이게 진짜 가죽인지 한번 더 물어봐." 그게

    세 번째 였습니다. 불쌍한 우리 최대리 사장님 명령인데 어쩝니까.

    또 갔죠. 그랬더니 이번엔 면세점의 점원 아가씨가 "그렇게

    불안하면 안 사면 될 것 아니냐? 내가 환불해 줄게." 하고 화를

    냈다고 합디다. 그렇게 얘기하자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아무

    말도 않더라구요. 마침 그때 탑승안내 방송이 나왔기 망정이지

    시간여유가 좀더 있었으면 환불 했을지도 몰랐습니다.


    이렇게 베네치아 회의는 막을 내렸습니다.

    런던 히두르 공항을 거쳐 서울로 올 때는 별일이 없었습니다.

    다만 히두루 공항의 스낵코너에 있던 연어 셀러드가 무척이나

    먹고 싶었는데 9.5파운드라는 가격표에 놀라서 군침만 흘린

    사건이 개인적으로 있었습니다. 그 걸 19년 후인 2003년 가을에

    런던 출장 길에 해소를 했다는 겁니다. 그때는 15파운드 주고

    연어 샐러드 사고 그리고 3파운드인가 주고 맥주한잔 그래서

    세금까지 22파운드 인가 주고 먹었습니다.

     

     

     

    베네치아…… 이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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