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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밴쿠버(캐나다)에서 발행되는 ‘동아.라이프(주간)’에도 게재 됩니다. ***
(4월 경제 전망)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라는 말은 10여 년 전 외환위기로 한국의 금융계가 IMF의
지휘를 받을 때 유행되던 단어였습니다. 정부의 ‘원리금 지급보장’이라는 말을 담보로
이자를 많이 주겠다는 부실 금융기관을 찾아서 일부러 예금하는 개인이나, 정부의
‘공적 자금’을 받아 흥청망청 쓰던 금융기관의 도덕성을 비난하던 말이 10년 후에 미국의
금융계에서 사용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리고, 한국에만 있을 것 같던 ‘국민정서법’이 미국에서도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사람은 다 똑 같다.”라고 하시던 어른들의 말이 새삼 진리라고 믿게 됩니다.
‘원정출산’으로 외국의 시민권을 받아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미워서 복잡한
법을 만드는 한국 국회나, 엄청난 정부지원을 받으면서 직원들에게 많은 보너스를
지급한 AIG라는 회사의 행태가 미워서 ‘일정액 이상의 정부자금을 지원받은 회사의
임.직원이 받는 보너스는 90% 세금을 내야 한다.’는 법을 만드는 미국 하원 모두가
‘한 풀이 법’을 만들기는 마찬가지 같습니다.
(‘국민 정서 법’은 정식 법 체계에 존재하는 지는 모릅니다만 국민정서를 앞세워
만드는 ‘이상한 법’을 가리키는 말로 흔히 사용되는 단어 입니다.)
400여명의 임.직원에게 2억 달러(약 2,800억 원 정도) 이상의 상여금을 지급한
AIG에 대해 비난과 미국 국민들의 분노는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보너스를
받은 사람들 중에는 ‘억울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계약에 의해 규정을 어기지 않고
회사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정당한 상여금’을 받았지만 다른 동료들이 말아먹은
엄청난 금액에 파묻혀서 도매금으로 지탄의 대상이 된 분들 말입니다.
저는 미국 정부의 잘못이라고 봅니다. 애초에 이런 조짐이 있는 회사라면(이미 지원을
결정할 당시에 알았다는 설도 있습니다.) 부도를 냈어야 합니다. 그렇게 했으면
지금 같은 국민들의 분노도 없었고 비용(국민세금부담)도 적게 들었을 겁니다.
당사자들은(정부나 해당 금융기관) ‘엄청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변명하지만
실제로 부도를 안 냈으니 혼란이 있을지 없을지는 누구도 장담 못합니다. ‘리먼.브라더스’도
만만치 않은 회사였지만 작년 9월 부도가 났을 때 조그만 혼란을 겪고 지나갔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붙기’ 정책은 처음에는 쉬울지 몰라도 두고두고 ‘후유증’이 남는
정책 입니다. 한국의 경우 10년 전 외환위기로 시작된 각종 정책들의 잘잘못이 아직도
완전히 가려지지 않고 (정책적 판단에 대한)’무죄-à 유죄 -à 무죄’가 반복되는 재판이
아직도 진행 중인 것을 보면, 미국도 몇 년 후에 이 위기가 진정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인플레이션 등)이 만연하면 ‘엄청난 정부 지원’이 ‘잘 되었네, 못 했네……’하는
청문회 사태가 줄을 서서 기다릴 겁니다.
‘경기가 바닥을 쳤냐? 아니냐?’로 논란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논란이
치열해 지면 바닥에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경기가 하락하는 속도와
기울기가 완화되었다는 것이지 ‘상승’으로 반전되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바닥수준의
경기가 옆으로 상당기간 진행된 후에 상승이 올 것 같습니다. 최근의 불황은
어느 한 두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그 회복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이 지난 3월 초에 기준금리를 ‘연 1%’에서 ‘연 0.5%’로 낮추었습니다.
한국은 기준금리를 ‘연 2%’인 현 수준을 지켰습니다. 미국, 한국, 캐나다의 현재 기준금리가
‘바닥 금리’ 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금리가 다른 두 나라에 비해 높아 보이나 추가 인하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경기 회복을 위한 ‘금리 카드’는 효과가 끝난 것 같습니다. 이미 내릴 만큼 내렸고 미국처럼
0%로 인하하면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심각해 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금리에 신경을 덜 쓰시는 듯 합니다. 예금 이자로 생활하시던 분들만 어려움을
겪으시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봄이 되자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계절적인 요인으로 보이고 본격적인 ‘상승 반전’은 아직 아닌 것 같습니다.
호재가 없는 주식 시장은 조그만 재료에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세 나라
주식시장의 주가 지수가 지난 3월 초의 바닥수준에서는 10% 이상씩 올라 있습니다만
‘각국 정부가 엄청난 돈을 풀기 시작 했다.’는 것 외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유동성이 풍부해 진다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은행은 조금 우울한 숫자를 발표 했습니다.
2008년도 대한민국의 ‘국민 1인당 금융자산’이 3,451만원으로 1년 전 보다 84만원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1인당 금융부채’는 1,650만원으로 1년 전보다 117만원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한국 국민들의 생활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금융자산’은 늘어나고 ‘금융부채’는
줄어들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발표되었으면 합니다.
부문별로 살펴 보겠습니다.
(주식 시장)
지난 3월 초의 폭락 상황은 지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반등이 ‘경기의 저 점’을
선행해서 지난다는 시장의 원칙(주식시장이 일반 경기를 약 6개월 정도 앞서 간다는
이론)을 반영한 것인지 아닌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루에 6~7%가 올랐던 지난 3월 23일 경우도 미국 정부가 ‘1조 달러를 풀어서 은행의
부실자산을 매입해 주겠다.’는 발표를 한 것이 주가를 올리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만
실행되더라도 은행이 (단기적으로)나아지는 것은 별로 없을 겁니다. 정부가 부실자산을
‘장부가’로 매입할 리는 만무하고 오히려 후려쳐서 헐 값에 매입을 할 것이므로
금융기관의 손실이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이 불안하니까 이런 뉴스에도
급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고 봅니다.
‘1조 달러’라는 돈이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감이 잡히지를 않아 잠시 비교 대상을 찾아
보았습니다. 금년도 대한민국 1년 예산이 250조원 조금 넘는다고 합니다. (추경 예산
포함 가정) 1조 달러는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1,300조원을 조금 넘을 겁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5년 동안 쓸 돈 보다 많은 돈 입니다. 그 많은 돈이 미국의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데 사용된다고 하니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던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속으로 곪았는지?....’라고 추정해 볼 수도 있습니다.
작년 9월 이후 현재까지 미국 금융위기 진행상태가 10여 년 전 한국의 진행상태와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어 (그 시기의 한국 상황을 살펴보면)주가는 한번 더
곤두박질 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경우 1997년 10월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그로부터 약 1년 후 주가가 바닥(종합 주가지수 300 이하)을 거쳐 반등하기
시작 했습니다. 이 점을 미루어 보면 2009년 여름에 미국, 캐나다 등 각국의 주가는
한 차례 더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어떤 것이 원인으로 작용할 지는 모르나 ‘금융지원을 마냥 해도 효과가 요원하다.’ 또는
‘또 다른 어떤 세계적인 기업의 몰락 또는 위기로 세계가 또 한번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
들어가는 것’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캐나다, 한국의 주가 수준은 현수준에서 조금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미국 다우지수 7,000 ~ 8,000, 캐나다 토론토 지수 8,000 ~ 9,000,
한국 종합주가지수 1,150 ~ 1,250 수준으로 전망 합니다.
(금리)
금융 시장이나 경기에 단기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요인’ 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고려대상 밖으로 밀려나 있는 것이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입니다.
미국의 FRB 기준금리 변동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던 상황은 당분간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변경시키지 않더라도 발표문을 해석하느라 문구 하나하나에
신경 쓰던 시기도 당분간은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발표문으로 향후 경기나 미국의
금리정책을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 입니다. 이런 미국이 기준금리를 0%를 유지하고
당분간 인상할 기미가 없으므로 자연히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 같습니다.
캐나다 0.5%도 바닥 수준인 듯 하고 한국의 2.0%도 바닥인 듯 합니다. 혹시 한국의
경기가 더 악화되면 ‘0.5%p’ 정도 추가로 인하시킬 수는 있으나 부작용을 우려해서
쉽게 인하결정을 못할 것으로 예상 합니다.
각국의 금리는 당분간 현재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 합니다.
(환율)
끝없이 추락할 것 같던 ‘원 화’가치기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외화가 필요하신 분들은
한 숨을 돌리셨을 겁니다. 환율은 당분간 안정세를 보이고 원화가치는 현수준보다
한 단계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 합니다. 2/4분기 중에 U$1 당 1,300원 초반 또는
그 이하로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환 투기 세력’이 여러 차례 한국의 취약점을 거론하며 달러매입에
나섰으나, (미숙했지만)한국정부의 대응도 만만치가 않았고(한.미 통화 스왑 규모 확대 등),
IMF에서는 그 동안 여러 조건을 붙여가면서 달러 대출(회원국에 달러 공급)을 억제해
왔으나 최근 그 제약을 없애고 원하는 만큼 무제한으로 자금(특히 미 달러화)을 공급하고
금리도 대폭 낮춰주겠다고 발표 했습니다. 어느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나라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혜택을 볼 나라가 한국을
비롯한 신흥 공업국인 브라질 등 이라고 합니다. 그 영향을 받았는지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향안정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간의 환율은 CDN$1 : U$0.80 수준을 기준으로 소폭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 합니다. 물론 본격적으로 미국의 지원자금이 시중에 풀리면 상대적으로
지원 비율(화폐 발행 증가규모)이 적은 캐나다 달러가 조금 더 강세를 나타낼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
최근 들어 가장 전망이 팽팽한 시장 입니다.
최근의 캐나다 서부 밴쿠버 일원의 주택거래 동향을 보면 지난 해 연말의 극심한 부진
(가격 폭락이 아니라 거래 량)을 벗어나 조금 활발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미국에서도
각종 정책발표로 하락속도가 상당히 완화되었다는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기조는 ‘아직’이라는 판단이 앞서있고 상업용(업무용 빌딩, 상가,
모텔 등)부동산은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어느 쪽이라고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의 부동산 담보 대출금리를 보면 역사적인 최저점에 근접해 있어서(일부 은행은
최저금리제시) ‘신규 매입 자’에게는 여건이 좋아져서 주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대출을 받은 분들의 경우 계약을 갱신할 때 주택에 대한 평가 액이
줄어들어 대출금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도 많아(차액 상환 요인) 이 요인이 주택가격을
추가로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 또한 많습니다.
보다 정확한 전망은 4, 5월의 경제 상황과 부동산 거래 상황을 지켜봐야 나올 것
같습니다. 불경기 지속, 추가하락, 또는 반등이 확실해 질 시기는 5월이 되어야
확인이 될 것 같습니다.
현재로는 주택시장의 경우 미국 불황지속 또는 소폭 추가하락, 한국 상반기 까지는
현수준 지속, 캐나다 반등은 시기상조 같고 (상반기는)현수준 지속 또는 추가 하락이
예상됩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추가하락이 상반기 동안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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