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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혼 여행
    여행기 & 여행 사진 2009. 7. 7. 03:07

    **** 신혼여행(Honeymoon) ****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식을 하면 그날로 신혼여행을 떠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라서 결혼식을 마치고 바로 신혼여행을 떠났죠.

    1980년 4월 25일 11시(10시 인지도 모르지만)에 '엠버서더 호텔'

    2층에서 결혼식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장소 바로 옆에서

    대학교 동기인 '용 규광'군이 같은 시각에 결혼식을 했습니다.

    대학 친구 녀석들은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느라 좀 바빴을

    겁니다.

     

    정말 우여곡절 끝에 7년간 사귄 아내와 결혼식을 하게 되었죠.

    준비도 잘 되어 갔습니다. 사진은 당시 사진 점을 운영하던

    '신 길문'선배(지금은 무얼 하시는지 연락이 두절 되었지만)가

    무한정 찍어 주시기로 했고 거기다 8mm 촬영기로 촬영을 해

    주기로 했으니 할 건 다한 셈이지요. (그 당시엔 우리나라에

    칼라 TV 방송도 하지 않을 때라 '비디오'촬영은 당연히 없었죠.

    그저 사진이나 죽어 라고 박아대던 시절에 8mm 영화를 찍으니

    할 만큼 했고, '전 명찬'군(학교 방송국 선배지만 동갑 입니다.

    졸업 후에 말을 터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음)이 '클라리넷 연주'를

    해 주었고(전날 술을 많이 마셨다고 변명을 했지만 그 때 연주는

    엉망이었습니다. 곡이 끝날 때까지 두 번이나 '삑'하는 소리를

    냈으니까요.), 피아노 반주는 '엄 경식'씨(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당시엔 후배의 애인 이었는데 중. 고교 후배인 '엄 보용'군의

    친 동생 이었습니다.)가 완벽하게 해주어서 그나마 다행 이었고요.

    사회는 '송 선호'박사(한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학벌 좋은 깡패'로

    이름이 났는 데 그건 진짜 깡패가 아니라 술 먹다 옆 테이블의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 한번 붙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이

    같은 대학의 '유도 부 원'들이라...... 유도 부와 붙어서 '이빨'한 개만

    부러졌으니 '깡패 급'이라고 우리가 붙여준 별명 이었죠. 지금은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파견 나가 국위를 선양하고 있습니다.)가

    물 흐르듯이 잘 해 주었고요.

     

    이렇게 결혼식이 끝나고(끝나고 나니 큰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아,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서 두 번 결혼할 생각을 못하게

    하는구나!!!" 라는 결론을 내리게 해 주더군요. 결혼식 이라는 게)

    폐백을 드리고(밤, 대추 많이 받았죠.) 신혼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기간도 길게 잡고 세계 어디든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게 '신혼여행' 이지만 그때만 해도 "해외여행 허가제'라

    해외여행을 한번 하려면 절차가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때는 '여권'을 갖고 있다는 것(대부분이 단수여권 이지만)이

    하나의 프리미엄으로 취급했고 '복수여권'을 갖고 있는 사람은

    '고위층' 또는 '끗 빨 좋은 사람'으로 통했을 때 입니다. 이런 시절에

    감히 신혼여행을 해외로 간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저 같은 '필부'가 말입니다. 좀 거슬러 올라가서 1960년대 에는

    서울의 보통사람들은 신혼여행을 '온양온천'이나 '설악산'(큰 맘

    먹어야 합니다. 교통편이 만만치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여유가

    있는 일부 신혼부부들이 '제주도'엘 갔다 왔고,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제주도가 신혼여행의 메카로 부상 했습니다.

    그저 '신혼여행=제주도'라는 식이 통할 정도 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주도'로 정했죠. 축의금 수납을 보던 친구

    ’김 수인'군에게 회사 축의금을 따로 달라고 해서 '비상금'으로

    준비도 했습니다.

     

    생애 두 번째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갔습니다.

    누구 차를 타고 갔는지 기억에도 없습니다만 '택시'를 타고 가지

    않은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 시절 자가용이 있다는 것은

    당시 특권층에게만 발급되던 '복수여권'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때 였습니다. 자가용엔 반드시 '기사'가 있어야지

    품위 없게 '손수 운전'할 바에야 자가용을 사지 않던 시절

    이었으니까요.

     

    김포공항이 어떻고...... 국내선 국제선 구분이 어떻고...... 하나도

    생각이 안 납니다. 그때는 "어서 빨리 제주도의 KAL Hotel에

    들어가서 아내에게 뽀뽀라도 한번 해야지......"하는 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용 규광'이와 같은 호텔에서

    '첫날밤'을 보낸 것만 봐도 제주바닥도 그 당시엔 무척

    좁았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요즘에야 휘황찬란한 호텔들이

    5-6개나 있어 KAL 호텔은 한참 아래지만 그 당시엔 '최고'

    였습니다.

     

    비행기를 타니 '사람들은 없고 모두 신혼부부만 있었습니다.'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만치 신혼 부부가 많았습니다. 지금이야 모두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신혼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공항에

    가도  저들이 ‘신혼여행’을 가는지 '연수'를 가는지

    알 수가 없지만 그때는 신혼부부의 티를 촌스러울 정도로

    팍팍 내고 갔습니다. 새 양복(신랑), 새 투피스 혹은 예쁜 원피스

    정장(신부), 그리고 깔끔한 머리(신랑), 예쁜 머리에 멋진 화장

    (신부)...... 이러니 누가 봐도 '우리 방금 결혼 했어요!' 였습니다.

     

    한 시간 정도 날아서 도착한 곳이 '제주국제공항' 이었습니다.

    국제공항이라고 해도 일본에서 오는 비행기(하루 몇 번이나 뜨고

    앉는지는 몰라도......)뿐인 공항 이었죠.

     

    (당시엔) 뭘 압니까?

    그저 주차장에 줄 서 있는 택시를 타고 나니 운전수가 먼저

    "KAL 호텔 입니까? 아니면 서귀포의 '허니문 하우스' 입니까?"

    하고 묻더군요. "칼 호텔 입니다." 하고 대답하니 "택시 예약

    했습니까? 아니면 버스예약 했습니까?" 라고 묻는데......

    '아차, 그건 생각을 못했구나. 아무리 섬이라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 인데...... 걸어 다닐 것도 아니면서 그 대책은 왜

    없었을까?' "아직 못했는데요. 어떻게 하면 예약하죠?" 라고

    되물으니 기사 아저씨 "마침 제가 예약 손님이 없는데 제가 하면

    어떻겠습니까? 오늘 저녁부터 가실 때 공항까지.”, "얼마인데요?"

    "그건 누구나 같습니다. 3박 4일에 10만원(정확지가 않군요.)."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그럼 이따 저녁때 뵙기로 하죠." 하는데

    택시는 정확하게 호텔 입구에 도착 했습니다.

     

    체크인 하고 방으로 들어가니 제주 시가지가 한눈에 보여 근사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주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그 호텔 이었습니다.

    아내가 가방을 주섬주섬 풀더니 무얼 꺼내더라고요. "그게 뭐요?"

    하니 "엄마가 첫날에는 한복을 입으라."했다고 하면서 빨간 치마

    녹색저고리 한복을 꺼내 입는 것 아닙니까? 외모만 봐도 '신혼

    이예요!' 하고 써 붙인 것 같은 판에 치마. 저고리까지 입었으니

    정말 '촌티'를 팍팍 낸 것입니다.

     

    저녁 먹으러 가기 위해 로비로 내려가니 기사는 이미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의 신혼여행은 호텔 안에서의 일만 제외하고

    완전히 기사아저씨의 핸들에 의해 진행되었습니다.

    식당도 정해져 있었고 우리가 한 일은 수족관 속의 도미를 고른 일

    뿐이었습니다. 술도 한잔하고 호텔로 돌아와 첫날밤, 그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그 다음날 부 터는 정해진 코스로 진행 되었습니다. '해녀상'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모두 여기서 찍는데 조금 저 방향에서

    찍으시죠." 해 가면서 천제연 폭포, 정방폭포, 일출봉, 민속촌

    유채꽃밭, 밀감 밭(여기 가니 4월 인데도 나무에 밀감이 달려있어

    '정말 기술도 좋구나 어떻게 4월에 밀감이 열리게 하나......' 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모조품을 나무에 매달아 놓은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기사 아저씨가 세우면 내려서 사진 찍고, 조금 둘러보고......

    또 이동하고...... 하면서 3박 4일의 제주도 여행을 했습니다.

     

    기억에 뭐가 남느냐고요?

    '우도'라는 섬에 못 가본 아쉬움만 남아 있습니다.

     

    요즘의 청춘들은 신혼여행을 어떻게 갔다 오는지 몰라도

    저 같은 여행은 곤란할 것 같네요......

    그래서 2005년, 결혼 25주년이 되는 '은혼식'은 그야말로 폼 나는

    해외여행을 갔다 오려 합니다. 장소는 미정 입니다.

    갔다 오면 여행기 꼭 여기에다 남기겠습니다.

    (*** 25주년 여행은 불발 이었습니다. 30주년을 기약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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